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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바다쓰기 김지환입니다.

저는 제주도 해안가에 떠밀려온 바다쓰레기로 동화적인 상상을 합니다. 바다쓰기란 프로젝트명으로 작업을 하면서 제주에서 지내고 있으며, 현재 두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이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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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저의 작은 작업노트입니다.

내가 살고있는 한국의 섬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한다. 한해 1천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는 전국에서 1인당 쓰레기양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주열풍이 몰고온 개발과 행정의 뒤늦은 대처가 낳은 참단한 결과이다.

제주는 푸른바다로 둘러쌓인 섬이지만 해수욕장 가득한 사람들과 버려지는 쓰레기로 끊임없이 몸살을 앓는다.

특히 해류와 바람을 타고 쌓이는 해양쓰레기는 연간 2만여톤에 달하며, 수거되는 양은 불과 9천톤에 그치고 있다.

매년 수십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있지만 제주 환경의 심각한 폐해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많은 쓰레기는 다시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한라산 중산간에 파묻혀지고 일부는 태워져 그 부피를 줄여나간다.

하지만 늘어나는 쓰레기에 제주는 드디어 한계점에 다다랐고, 오염되는 제주를 배경으로 개발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쓰레기는 버려지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더러운 것 혹은 버려져야 할 것으로 단정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제주의 바닷가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은 해안가에 떠밀려온 쓰레기가 곧 그들의 놀이도구였다.

상상하고 즐거워하며 추억을 만들었던 매개체였다.

하지만 발전을 거듭하면서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놀이터는 늘어났고 최첨단 기계로 무장한 장난감들이 쏟아져나왔다.

바닷가의 쓰레기는 더이상 아이들의 놀이기구가 되지 못했다. 그저 사진 속 프레임에 갖힌 배경이 되어버릴 뿐이다.

제주는 수백개의 신당이 존재할 만큼 샤머니즘적인 성격이 짙은 곳이다.

바다로부터 떠밀려온 그것들은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누군가처럼 영적인 사물로 간주되어 멀리해야 할 대상이 되곤했다.

죽음, 이탈, 파괴, 파편, 흔적 등 떠밀려온 유목들과 쓰레기들은 어둡고 무서운 존재로 각인돼 있다.

또 이미 땅 속 흙에 깊은 뿌리를 내린 나무가 아니라면 부러지고 떠밀려온 것들은 살기위해 목숨을 건 이주민들처럼 배척당하고 차별받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개발 앞에서 늘 이기적이다. 언제나 그렇듯 아름다움을 쫒아 건물 등을 짓고 또 부수고 또 짓는다.

우리는 어쩌면 무너진 바벨탑 속 잃어버린 파편의 조각들 사이에서 살고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떨어진 흔적들 사이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그 흔적들에서 발견한 가치는 처음부터 보지 못했던 혹은 보고싶지 않았던 원초적인 아름다움은 아니었을까?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고자 한다. 그리고 바닷가에 뛰어노는 아이들을 상상한다.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며 나뭇가지와 플라스틱 조각들로 성을 쌓고 모래를 퍼 나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것은 잃어버린 동심의 회복과정이다.

동화는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순수했던 그 시절을 일깨울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적용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나의 작업은 관객들로부터 작은 상상을 기대한다. 이쁘다 아름답다가 아니라 자신의 순수성이 한 발 더 다가서는 시간이기를 바랄뿐이다.

눈을 감아보고 상상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잃어버린 나를 만나는 과정을 경험해보자.

-2016년 10월 24일 제주 어느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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