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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큰 뱀이 가는 길

걸음, 큰 뱀이 가는 길

걸음, 큰 뱀이 가는 길

일자
2020.09.05 ~ 2020.09.27
시간
12-5pm(월요일 쉼)
장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서로237번길 23-8(귤창고)
주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서로237번길 23-8
주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서로237번길 23-8
문의
01023360130
참여
최바람/ 개인전

 

걸음, 큰 뱀이 가는 길

 

 

 

작가   최바람

장소   서귀포시 강정동 4158번지 (귤창고)

기간   9월5일~9월27일

시간   12-5pm(월요일 쉼)

* 코로나 상황으로 방문 전 연락 바랍니다.

 

 

 

걸음, 큰 뱀이 가는 길

 

오름 사이로 큰 뱀이 간다.

해가 뜬다. 달이 진다.

별이 반짝인다.

바람이 분다. 비가 온다.

구름이 흐른다.

허물을 벗고

새 옷을 입는다.

용암으로 핀 꽃을 입는다.

풀을 입는다.

나무를 입는다.

귀 있는 큰 뱀,

오름을 지난다.

 

<노트>

 

화산에 대하여_

화산을 보고자 하는 마음은 제주에 오게 된 주요 동기이기도 하다. 인천에 쭉 살았고 2년 동안 오름만 다녀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산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이 있었고 그림 그리고 낙서하고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화산은 땅속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어떤 ‘변화요인’으로 인해 지각의 틈을 통하여, 지표면으로 나와 분출물이 쌓여 만들어진 지형이다. 지진, 산불, 산사태, 해일 등을 동반하기도 하고, 용암의 점성에 따라 화산의 형태는 달라진다. 뜨거운 용암은 찬 기운과 만나 그 형태와 성질이 변화한다.

폭발’은 흔적을 남기고 주체의 형태와 성질을 변화시킨다. 폭발 순간을 보거나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며 쌓인 물질의 형태와 재질 등은 폭발의 성격, 성질, 연대 등을 스스로 증명한다. 오랫동안 정설처럼 추측되었던 것들이 다른 가능성을 갖게 되기도 하고, 고정되었던 오랜 습관이나 사고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수정되고 변화하기도 한다. 폭발을 여러 형태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공통점은 갑자기 증폭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변화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급격한 변화의 과정, 폭발을 들여다본다. 나의 폭발은 이동으로 형태 지어졌다. 변화의 기폭제, 방향성, 가치 등에 대한 사색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와 수용 또는 거부의 방식으로, 태도의 변화로, 또 다른 꿈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 사용하는 털머위잎은 제주에 많은 식물로 집 앞에 사계절 내내 무성히 자라고 있다. 나무를 파서 오목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 막연하게 무언가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수면 중 꾸는 꿈을 동기로 하는 전시에 이것을 뒤집어 설치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쏟아내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화산의 형태와 닮았다는 생각과 폭발이라는 개념을 더하게 되었다. 폭발은 무엇을 담아내고 쏟아내는 행위일 것이며, 행위는 경계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에 대한 접근은 대체로 모호한 어느 경계에서 발생 된다. 여러 형태의 작업 방식과 함께 나의 방향(태도)의 이유와 근거를 묻고 그것의 무게, 부피, 차이, 밀도 등을 경험하며 스스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큰 뱀에 대하여_

장의령이 대답했다.

“아니, 어딜 가든 가지고 가. 그리고 이동한 곳 마다 새로 작업해.”

“나 이거 버리고 싶어. 거추장스러워”

라고 나는 물었다.

그것이 이 뱀이다. 큰 뱀은 그래서 제주에 오게 되었다. 이 큰 뱀은 2010년 ‘겹치는 시간’을 주제로 한 단체전에 ‘큰 뱀이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설치된 작업이다. 여러 번 버려질 수 있었다. 이 뱀을 다시 작업한다. ‘걸음, 큰 뱀이 가는 길’은 2013년 개인전에 사용한 타이틀 이기도 하다. 다시 여러 시간들이 겹쳐진다.

“엄마, 연필로 그린 뱀 있는 페이지 좀 찾아줘”

“뱀이 귀가 달렸네? 내가 해준 얘기랑 닮았네!”

“맞아, 그 뱀이야”

“뱀 그림이 뱀 같기도 하고 뱀장어 같기도 해.”

엄마와 나의 겹치는 시간인 ‘귀 있는 뱀‘의 이야기를

10년 전에는 나누지 못했고 지금은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

바닷물위에 떠있는 꿈을 갖고 있었다. 아직도 꿈인 것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뱀이 가는 길’의 작가노트를 읽고 싶었다.

엄마는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의미가 아닌, 뜻이 전달이 안 되도 되니 보이는 대로, 엉터리 소리로 읽어봐 달라고 했다.

여러 시도 끝에 변정모씨가 결국 말했다.

“만 사 뱀 사 되 는 돈 .문 학 . 바라..... 책을 보내 줄게”

엄마에게는 도록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보이지도 않은 글씨를 자꾸 읽어 달라니 참 답답한 노릇이었을 것이다. 택배로 도록을 받고 그 때의 그 글을 엄마에게 읽어주었다.

큰 뱀이 가는 길

문학산공원 비탈길에서 뱀이 기어오르다 주르륵 미끄러지는 것을 보았다.

당황스럽기는 그 뱀이나 나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엄마인 변정모씨는 큰 귀를 가진 큰 뱀 꿈을 꾸고 나를 낳았다.

그래서 나는 벌써 오래전부터 태어나 있었다.

그 뱀은 이제

느리고 서툴게

하지만 바쁜 속도로 이곳을 지난다.

전시공간_귤창고 소개

 

작업을 하다 귤 상자가 필요해 알아보던 중 강정의 귤 창고에서 무료 나눔을 받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귤창고를 전시장소로 빌릴 수 있게 되었다. 귤 창고는 독특한 천정 구조과 층고, 높게 위치한 작은 창문 몇 개, 천정에서 소박하게 내려오는 백열등, 흙바닥이 아주 조화롭고 이색적이며 아름다웠다. 창고에는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많이 낡아져 있는 귤 상자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농부에게 귤 창고의 역사와 귤 상자의 쓰임 등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감귤 저장고는 1986년도 정부의 지원 사업으로 건축되었고 높은 층고와 흙바닥은 습도 조절에 용이하다. 80년대 냉해를 피해 첫 눈이 오기 전에 귤을 따고 나무상자에 담아 다음해 2월까지 저장하고 판매하기 위해 건축되었다. 현재는 귤을 따는 대로 바로 소비가 되어 저장고가 농기구를 놓는 정도로 쓰임이 축소되었다.

귤상자를 나눔 하고 있는데 카페 디피용으로 조금씩 가져간다고 한다. 농부는 코로나로 학교 안가는 아이와 귤상자를 이용해 화단 만들기도 했으며 귤상자의 활용 방법을 찾고 있다.

 

 

전시 내용 자세히 보기

https://blog.naver.com/mercurybaram/222073818494

 

담당자 _최바람 010 233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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