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은 개인전 : 殘夢(잔몽)_남아있는 온도
권지은 개인전 : 殘夢(잔몽)_남아있는 온도
- 주소 (63168)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58 Place1빌딩 지하1층, 돌담갤러리
- N/A www.instagram.com/artist_jeeeun_kwon_
<권지은 개인전 : 殘夢(잔몽)_남아있는 온도>를 소개합니다.
제주에는 오래된 말이 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살다 보면 결국 살아진다는 뜻의 이 짧은 문장은, 제주 사람들의 삶처럼 담담하고 조용하다. 바람이 거세고, 밤이 깊고, 삶이 고단해도 결국 하루를 지나 다시 다음 날로 건너가는 마음.
이번 전시는 어쩌면 그 말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봄의 제주도는 가장 환한 계절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적막을 품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과 갈대, 어두운 숲과 멀리 번지는 바다의 빛, 그리고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밤하늘. 아름답고 고요하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전조가 함께 머무는 풍경들.
권지은은 그 제주 밤의 감각 속에서 오래 남아 있는 마음의 온도를 바라본다. 작가는 오랫동안 불안과 외로움, 상실 이후에도 몸 안에 남아 있는 감각들을 작업의 중심에 두어 왔다. 어린 시절 말에게 물렸던 기억은 이후 삶 전체에 스며든 불안의 감각으로 남았고, 작업 속 얼룩말은 그 공포가 위장된 형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얼룩말은 화면 전면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유채꽃과 갈대 사이, 숲의 어둠 속에 몸 일부만 숨긴 채 조용히 존재한다. 이는 불안을 제거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삶 속에 남아 있는 하나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연결된다.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두 개의 달은 제주 신화 『천지왕 본풀이』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신화 속 세계는 해와 달이 둘씩 존재하던 혼란의 상태로부터 시작된다. 세상은 지나치게 밝거나 지나치게 어두웠고, 인간은 안정된 질서 안에서 살아갈 수 없었다. 작가는 이 신화적 세계를 현대인의 감정 구조와 겹쳐 바라본다. 사랑과 상실, 평온과 불안,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사라지고 싶은 마음처럼 서로 다른 감정들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인간 안에서 공존한다.
권지은의 풍경은 단순한 자연 재현이 아니다. 그의 화면 속 제주는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심리적 공간에 가깝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곧 무언가 도착할 것 같은 공기, 설명하기 어려운 전조의 감각, 그리고 완전히 식지 않은 감정의 잔열이 화면 안에 천천히 스며 있다. 작가는 반복적인 붓질과 느린 시간 속에서 화면의 밀도를 쌓아 올린다. 얇은 색을 여러 번 덧입히고, 번거롭고 전통적인 과정을 반복하며 만들어진 풍경들은 지나간 기억의 퇴적층처럼 남아 있다.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불안과 그리움, 상실과 애도의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아주 희미한 온도로 화면 안에 머문다.
《잔몽_남아있는 온도》는 완전히 회복된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완전히 식지 않은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풍경에 가깝다. 두 개의 달 아래 흔들리는 제주 밤의 풍경 속에서, 관객은 각자의 기억과 오래 남아 있던 마음의 온도를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전시는, 제주 바람처럼 담담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권지은 약력(b.198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전공 석사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전공 박사과정
-개인전 2026 '殘夢_남아있는 온도'(돌담갤러리)
-2025 커피에스페란토 초대 ‘武陵_그 너머의 시간‘(커피에스페란토)
-2025 외계인 갤러리 초대 ‘두 개의 달_시절찬가‘(외계인갤러리)
-2025 델문도 뮤지엄 공모 선정 ‘두 개의 달_사라지는 것들‘(델문도 뮤지엄)
-2024 갤러리 세이브 초대 ‘두 개의 달_침묵의 시간‘(갤러리 SAVE)
-2021 갤러리 79page 초대 ‘夢幻-은신에 대한 기록’(갤러리 79page)
-2021 아미디 공모 선정 ‘蒙幼-어리고 어리석은’(갤러리 아미디)
-2021 잇다스페이스 공모 선정 ‘夢行-흐릿하고 희미한’(잇다스페이스)
-2020 5CULTUREUM 기획 초대 ‘夢幻-닿을 수 없는 노래’ (5CULTUREUM)
-2020 갤러리 도스 기획 ‘夢幻-길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 (갤러리 도스)
-2019 갤러리 KNOT 너트프라이즈 선정작가공모 ‘夢幻-기다림의 다른 이름’(갤러리KNOT)
-2014 갤러리 Palais de Seoul 신진작가공모 'Phobia' (갤러리 Palais de Seoul) 외 단체전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