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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 김은진(김서안) 석사학위청구전

<대관> 김은진(김서안) 석사학위청구전

<대관> 김은진(김서안) 석사학위청구전

일자
2024.08.10 ~ 2024.08.15
장소
문의
010-7168-7952
  • 주소 (63270)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동광로 69 문예회관

작가노트1 금강산에서 가이드 일을 할 때였다. 만물상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는 버스에서 관광객들에게 만물상에서 볼 수 있는 기암괴석의 이름들과 전설을 들려주며, 나는 항상 이렇게 마무리했다. “아는 만큼 보입니다. 오감을 열고 찬찬히 느끼고 오세요.” 온 감각으로 보고 느끼고 감상할 때의 경험과 추억은 몸에 겹겹이 쌓인다. 그러한 경험과 추억, 사유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오름을 걷고 그림을 그리며, 대상을 오래 보면서 빛에 따라 변하는 색상들을 찾고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들. 어쩌면 그런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 세잔은 생빅투아르 산을 여러 번 스케치하고 그리며 물아일여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세잔 보이는 것이 보는 나를 가득 채우고, 보이는 대상이 나를 채우는 상태. 본다는 것은 보이는 것이 주체가 되는 것이다. 내가 사물을 만질 때 만져지는 것은, 사물이 오히려 나를 만지는 것이다. 이 같은 감각의 소통은 모든 사물이 감각의 덩어리라 가능한 일이다. 메를로 퐁티는 이러한 관계를 살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모든 존재가 살로 되어있기에 가능하다는 그의 개념이다. 오름을 걸으며 발이 땅에 닿고, 다리의 근육이 움직이며, 나무에 부딪히는 아침 해를 바라보고 숨을 쉬고 내쉬는 모든 순간은 신체가 자연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내가 자연의 일부이고 우주가 되는 것. 그래서 세계와 연결되었다는 끈끈함을 느끼는 것은 나의 감각의 일이다. 나의 모든 감각 경험은 신체와 세계를 연결한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태어나 한 가정과 연결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잉태하며, 시대의 흐름과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의 의식이 체화되고 내가 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의 시작은 나와 나의 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회화라는 작업, 나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표현해 내려는 작업이 결국은 나를 바라보고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궁금증으로, 그리고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의 물음이 되었다.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 그리고 그러한 사유는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메를로 퐁티의 말처럼 그것은 살이고 몸이다. 몸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의 경험은 나의 의식이 된다. 모든 경험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살이다. 내가 행하는 모든 행위와 생각들, 그리고 경험들이 모여 나 자신이 된다. 나는 살이다. 나는 나의 살에서 태어나며, 이후에 나의 몸을 체험한다. 나의 탄생은 동시에 삶의 탄생이고, 살의 탄생이다. 오름을 오르며 나는 바닥을 딛고 있는 나의 발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에 집중한다. 늦가을 불타는 석양이 오름 위의 억새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을 바라본다. 나의 눈길이 억새와 부딪혔고, 억새는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 시선 속에서 나는 나의 존재가 금빛 억새와 억새가 뿌리내린 오름,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시선과 시선이 부딪히는 순간, 나는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몸에 겹겹이 쌓인 경험과 감각은 나와 세계를 연결한다. 나의 몸은 기억과 상처의 지층으로 되어 있다. 작가노트2 야외스케치를 위해 따라비 오름을 세 번째 방문했을 때다. 황혼의 오름을 본 적이 있는가? 늦가을, 은빛 억새 위로 붉은 태양이 부딪힐 때, 억새로 뒤덮였던 오름은 붉은빛과 은빛이 만나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살갗 같았다. 따라비 오름 정상에는 분화구가 세 개가 있다. 정상에서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은 하나의 길이 갈라져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우연의 일치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간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은빛 억새가 핑크빛으로 빛나며 살결같이 느껴질 때, 나는 마치 자궁 안에 들어온 듯한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에게 그 길은 자궁을 연상하게 하였다. 나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린다. 온 감각들을 열어놓고, 작업실을 돌아와 나는 나의 시선과 부딪히던 감각들을 생각한다. 피부에 스며들어 나의 의식을 만들어 낼 경험들. 그전에도 그랬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체득의 과정. 나는 나를 나이게 하는 것들을 그려내고 싶었다. 작가노트3 "체득"이라는 말이 있다. "체득"은 직접 경험을 통해 깊이 이해하고 터득한다는 뜻이다. 이 직접 경험이란 몸을 통해 겪고 익히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의 몸은 내가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매개체로, 지각과 인식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나의 몸이 행하는 모든 것들—움직이고, 만지고, 걷고, 바라보고, 느끼는 감각들—모두 살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몸을 통해 나는 세상을 탐구하고 그 속의 의미를 발견하며, 체득한다. 메를로 퐁티는 이러한 살을 하나의 원소로 정의한다. "살은 몸의 근본적인 본질이며, 몸은 살의 표현이자 구체화된 형태이다." - 메를로 퐁티 살은 몸을 통해 드러나고, 몸은 살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몸은 살을 매개로 세상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이 과정에서 나의 의식과 경험이 형성된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존재를 확립하게 된다. 살은 단순히 신체를 둘러싼 외피가 아니라, 감각의 세계와 경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나는 신체의 표면이 단순한 외적 표현을 넘어서, 감정과 경험이 투영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살과 피부가 세계와의 접촉점으로서 어떻게 감각적 공명을 이루는지 탐구하고자 하였다. 각 작품에서 피부의 다양한 질감과 색채를 연구하기 위해 해부학 책을 보고,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며 피부의 표면과 나의 시선이 교감하는 순간들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단지 지각으로 재현해내는 것이 아닌,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토대로 살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신체의 표면이 단순한 외적 표현을 넘어서, 감정과 경험이 투영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살의 표현 연구는 나의 근원과 감정적 깊이까지를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몸의 감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 내가 세상을 바라볼 때 부딪히는 시선은 대상을 서서히 드러나게 한다. 본 전시의 작품은 이러한 나의 감정과 경험이 투영되어 부딪히는 시선을 포착하려는 연구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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