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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세이레 낭독공연 - "해산바가지" "선릉산책"-2편 동시 공연

극단세이레 낭독공연 - "해산바가지"  "선릉산책"-2편 동시 공연

극단세이레 낭독공연 - "해산바가지" "선릉산책"-2편 동시 공연

일자
2016.10.22 ~ 2016.10.23
시간
오후 3시
장소
문의
070-4231-8911

 

"선릉산책"  "해산바가지" 2편 동시 공연

2016. 10. 12~13   오후7시
서귀포예술의전당 소극장

2016. 10. 22~23   오후3시
세이레아트센터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정용준 작  선릉산책

[출처: 중앙일보] [황순원문학상 심사평] 부조리를 끈질기게 들여다보는 치열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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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청년을 소재로 한 ‘선릉 산책’은 정련된 단편소설의 형식 속에서

고유하고 독창적인 서사의 리듬을 창조한 작품이다.

보살핌과 배려의 의무 속에서 시작된 곤혹스러운 ‘산책’의 시간은

서로가 건네는 언어의 새로운 발견 속에서 서사의 전환을 맞는다.

인물들은 짧은 낱말들이 머금은 무한한 기억과 상상,

날렵하고 부드러운 신체의 움직임을 나누면서,

각자의 내면에 잠긴 불안과 수치심, 고통과 연민의 감정을 조금씩 확인해간다.

타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가는 이 섬세한 감정적 파동의 기록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의 궁극적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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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이 걷고 있나요?

농담으로 한 말인데 말하고 나니 소름이 끼쳤다.

그의 시선이 움직이는 물체의 궤적을 좇듯 길을 따라 서서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는 검지를 들어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공중에 물로 그린 그림 같은 투명한 도형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에게도 '자아'라고 하는 것이 있을까.

 

마치 링에 서서 부지런히 발을 움직이며 분투하는 아웃복서 같았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야 하는. 나는 무심결에 단어 하나를 입 밖으로 꺼냈다.

파피용.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를 돌아봤다.

 


이상한 하루였다.

분명 내게 일어난 일이지만 그 경험이 실제 같지 않았다.

속은 것도 같고 뭔가에 홀린 것도 같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한두운 생각을 좀 했다.

어쩌면 그의 삶은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지.

솜씨 좋은 작가처럼 거짓을 진짜처럼 혹은 진실을 가짜처럼.

영혼은 편하게 침대에 눕혀놓고 하루종일 내 손을 잡고 유령처럼 산책하다 집에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닌가.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을 안 하는데 알 수가 있나.

뒷모습으로 남은 얼굴. 아름답게 움직이던 위빙. 오리나무와 자귀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이상한 지식.

오늘 만난 한두운은 도데체 어떤 사람이었나.

정말 권투를 배운 걸까?

모르겠다.

오른쪽 주먹을 가볍게 쥐고 오른쪽 광대뼈를 툭. 때려봤다.

나도 모르게 아, 소리가 날 정도로, 정말 아팠다

 

 

 

 

박완서 작   해산바가지


나의 시어머니는 내가 딸을 넷이나 출산할 때마다 싫은 내색 하나 않으시고 사랑으로 딸아이들을 돌보셨다.

외아들을 둔 홀시어머니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그분은 사

람들이 인간을 성(性)으로 구분해 놓은 벽을 완전히 허물고, 사람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사랑한 인물이다.

그런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나로서는 행복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늙게 마련이고, 시어머니 역시 노망이 들고 말았다.

인자하기만 했던 시어머니의 노망은 나의 신경세포를 줄이게 만드는 귀찮음과 짜증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젊었을 적 그분에게 배운 성품은 어느새 잊혀지고,

그분이 억압된 성을 나와 남편의 잠자리를 훔쳐보려 뚫은 창호지의 구멍으로 분출시키는 혐오스러움은

나로 하여금 그분의 인격을 모독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시어머니의 노망에도 식구들이나 친척들에게는 착한 며느리 소리를 듣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감내하자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자니 신경 안정제까지 복용하며 나 자신이 먼저 죽을 것 같은 두려움까지 생겼다.

결국 ‘요즘 세상에 이런 효부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던 파출부가 보는 앞에서

시어머니를 강제로 목욕시키면서 그런 분노를 표출해 버렸고,

그 일로 몸살에 신경안정제 후유증까지 겹쳐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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