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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개인전_Stand at the Sea 바다에 서다

김미지 개인전_Stand at the Sea  바다에 서다

김미지 개인전_Stand at the Sea 바다에 서다

일자
2024.09.01 ~ 2024.09.30
시간
07:00~21:00 전시중무휴
장소
델문도뮤지엄
문의
064-755-0006

바다에 서다 'Stand at the Sea’

제주공항에 내리면 어느 난간에 잠가둔 자전거를 끄집어 타고 용담 포구서 도두봉 이어지는 해안 바다길을 먼저 달려가고 싶다. 사라봉 넘어 작은 포구 앞바다도 보고 싶다. 그곳에서 이름 모를 꽃들 사이에 비친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 김녕 해수욕장을 지나 굽이굽이 나지막이 바다에 눈을 맞추고 세화 앞바다까지 달려가고 싶다, 섶섬이 보이는 보목항 어느 곳에 서귀포 양 선생님과 함께 뜨겁게 달궈진 시멘트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그 바다도 보고 싶다. 이런 상상을 한다. 이곳 작업실 구석구석 먼지 쌓인 박스에 보관해 뒀던 물감과 붓을 다시 꺼내 든다. 천천히 바다를 그린다. 멜빵 바지에 베레모를 쓰고 자연 앞에 당당히 서서 그림을 그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처럼은 아니지만 회색시멘트 벽돌로 둘러싸인 파주 옛 작업장서 다시 바다를 그린다. 비록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직접 보고 그리고 있지 않지만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바다를 다시 그린다. 작년 겨울 나는 코로나 감염 이후 원인 모를 후유증으로 큰 병원이 있는 육지로 왔다. 의사가 써준 진료의뢰서 한 장 달랑 들고 서 있기조차 힘든 몸을 이끈 체 급하게 제주를 떠나 왔다. 코로나 후유증은 지난 8개월간 내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원인도 모를 긴 치료 과정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제주 연동 작업장 작은 창에서 바라봤던 바다와 그 기억이었다. 주위의 권유로 동네 심학산을 올랐다. 그곳에서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 서해바다 끝자락을 먼발치에서 봤다. 철책선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비양도가 겹쳐 보이는 멋진 협재 앞바다도, 사라봉 옆 에메랄드색의 바다도 아니었지만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곳을 4개월 가까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올랐다. 바다가 보고 싶어 매일 산을 오른다 하니 동료가 제주 바다를 찍어 보낸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연동 내 작은 작업실 창에서 바라본 조각난 바다들이 떠오른다. 몸은 비록 육지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제주 바다에 서 있다. 다시금 누구를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그런 일상이 난 그립다. 바다는 내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끔 희망을 준다. 뭔가 모를 불안의 긴 터널에서 그나마 제주 바다는 내게 큰 위안이자 희망이다. 나는 그 희망을 하루하루 그렸다. 그러고 다시 제주 바다로 돌아와 마주한다. 난 그 바다에 다시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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