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땅도 바다도 아닌 장소에서

땅도 바다도 아닌 장소에서

땅도 바다도 아닌 장소에서

일자
2024.12.20 ~ 2025.01.10
시간
13:00~18:00
장소
복합문화커뮤니티 공간()
주최
김화용
주관
김화용
문의
010-9734-0717

 

 

《땅도 바다도 아닌 장소에서》

- 일시 / 2024.12. 20. ~ 2024. 12. 31. (전시연장, 2025. 1. 10.까지)
- 장소 / 공간( ) (서귀포시 말질로 161번길 1, 2층)
- 운영 시간 / 13:00-18:00 일요일 휴관
(카페 영업을 하지 않는 오픈일과 토요일도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협력 / 공간 ( )
- 후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본인은 지난 몇 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비인간 동물인 ‘닭과 코끼리’ 그리고 자연 상태인 ‘소금’을 경유해 초국적 자본주의의 생산 체계 역사, 그로 인해 생겨난 계급과 경계, 근대 이후 권력의 헤게모니 장면들을 추적해 왔다.

닭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빛을 이끌고 새 시대를 알리는 신성한 존재였지만 현재 유용하게 길들이고 이용하는 것을 넘어, 효율적으로 최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단백질 상품으로 취급된다. 소금은 식민 시기부터 자원으로 착취의 역사가 길고 생명 유지를 위해 빠질 수 없는 물질이지만, 건강에 적이 되는 나트륨이나 가난하고 핍진한 삶을 폄훼하는 언어로 동원된다. 플라스틱은 무분별한 코끼리의 밀렵을 막고자 처음 개발되었고 위생과 감염에서 우리를 구했지만 현재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힘과 자본으로 견고하게 구축된 세계는 빠른 속도로 의미를 치환해 버리고 우리의 감각을 둔화한다. 희망적인 의미에서 오염의 대상이 되어버린 존재의 애처로운 텅 빈 의미망을 바라보며, 그것을 천천히 다시 쓰는 과정은 이야기 사이사이 가려진 유폐된 삶을 상상하는 일이다. 정복되었다고 여겨지는 장소가 해방의 땅으로 전복될 수 있는 것은 어떤 자유를 획득해서가 아니다. 언제나 밀고 밀리는 싸움의 터전이지만 적어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의 프로젝트들이 설치로, 영상으로, 퍼포먼스로 다양하게 변주되었지만, 시작은 언제나 글과 책이었다.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던 활자를 강정으로 데려왔다. 강정의 공간( )에는 오키나와의 소식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배지가, 트랜스젠더를 환영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결국 해군기지가 들어섰지만 강정에 여전히 터를 잡고 사는 이들은 여기에 들러, 차를 마시고, 발언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삶을 나눈다. 마을을 안내하는 지도에 쓰여 있는 문구를 본다. ‘이기는 방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밀고 밀리지만 적어도 멈추지 않는 장소다. 그렇게 버티고 서서 더 넓게 손을 잡고 확장하고 있는 전복의 공동체, 이 안락한 대피소에 초대한다. 따스한 서귀포의 햇살이 드는 곳에서 천천히 쉬어가며 느린 호흡으로 언어에 머물며 주시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