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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고 짜고, 쒸우고

엮고 짜고, 쒸우고

엮고 짜고, 쒸우고

일자
2024.12.16 ~ 2024.12.27
장소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80
문의
01032966902
  • 주소 (63528)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80

 나는 작업을 통해 유목적 삶의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나의 정서적, 물리적 상태를 광범위한 섬유 재료들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니팅 기법으로 만들어진 입체적인 공간성을 가진 다양한 작업들은 섬유가 건축의 기원이라는 건축 이론가 고트프리드 젬퍼의 섬유의 ‘구축성’ 이론과 만난다.  ‘구축성’이란 건축, 혹은 구조를 만드는 과정과 연관된 재료에서부터 작업 행위,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들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섬유가 건축의 기원이라는 섬유의 ‘구축성’ 이론은 나무 같은 가느다란 골조로 기둥을 세우고 동물의 털이나 주변의 섬유재료로 골조를 감싸는 유목지역의 텐트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와 같은 구축 방식은 다양한 현대적 건축 양식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철근구조를 에워싸는 유리건물이나 목골조를 나무합판으로 메우는 건축방식들이 현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이다.

 오랫동안 작업에서 지속적인 관심사였던 평면으로써의 직물이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가볍고 이동과 분해가 쉬운 입체적 공간의 변이, 그리고 이런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작가 개인적 상상력은 위에서 언급한 ‘구축성’이란 어휘로 집약해 설명할 수 있다. 내가 거주를 제주로 옮겨 겪게 되는 권위, 혹은 집중된 문화중심으로부터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감은 섬유가 입체적 공간이 되기 위한 태생적 특징인 골조와 섬유와의 결합을 통해 ‘유목적’ 만들어짐의 형식성이 개인적 삶의 체험과 결합되며 다양한 작업으로 표현되어왔다. 

 나의 작업의 조형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니트 표면의 반복적인 사각 문양들이다. 이것은 벽돌을 쌓듯 단순한 패턴의 반복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변형태’, 즉 간단한 형태 만들기의 작동 원리이다. 다른 하나는 신체 일부분의 왜곡과 공간적 결합이다. 이렇게 규칙성과 반복성을 가진 일종의 룰과 신체 왜곡과 공간을 결합함으로써, 형태를 다양하게 변형하고 다양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계적 단순성과 유기적 자율성을 나의 작품 안에 혼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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