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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개인전 빈자리

강주현개인전 빈자리

강주현개인전 빈자리

일자
2022.08.03 ~ 2022.08.20
시간
오전10시-오후5시 (일요일 휴관)
장소
주최
스튜디오126
주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문의
010-6700-9755
요일
  • 주소 (63168)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 14-4 스튜디오126

- 전 시 명 : 강주현개인전 <빈자리>

- 전시기간 : 2022. 08. 03(수) ~2022. 08. 20(토) 일요일 휴관

- 전시장소 : STUDIO 126 (제주시 관덕로 14-4)

- 전시주제 : 부재의 의미적 전환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는 전시

 

기억되는 것들은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내가 아끼던 물건, 친한 친구, 살던 동네와 같이 개인의 경험들은 기억이라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경험의 주체는 나이기에 이 공간은 지극히 사적이다. 반면 기억에 대한 주체를 나에서 우리로 확장시켜 생각해보면 기억의 공간은 공유가 가능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함께한 경험들은 다자의 기억 속에 그때의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경험이 만들어낸 내면의 공간이 기억이라는 점이다.

기억이 경험을 전제로 한다면 이는 과거가 만들어낸 공간으로 이해된다. 과거는 이미 흐르고 지나가 사라진 것들이다. 사라진 것들을 내 안에 들여놓아야 하기에 기억은 내면에 이미지(여기서 이미지는 구체적 형상의 의미가 아닌 상태적인 것을 의미한다)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면의 이미지들은 순서나 위계 없이 그저 부유하는 상태로 잠재된다. 만약 기억이 일정한 순서나 위치로 정리된다면 이는 기억을 현재의 순간과 의식적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의식한다는 것은 더 이상 기억이 아닌 하나의 형상으로 뛰쳐나오는 순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하기 위한 순수한 경험의 상태는 순서도, 위치도 없는 그저 무의식에 잠재된 상태로 존재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내면에 잠재된 기억은 과거 경험의 상태이고, 이는 순수기억을 의미한다. 순수기억은 의식된 기억으로 전환되기 전의 상태로 존재한다. 즉, 순수기억은 기억을 현실화시키는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현재 순간의 부재를 전제로 한다.

무의식에 잠재된 경험의 상태들을 기억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계기가 필요하다. 무의식에 자리한 내면의 이미지들은 현재의 순간과 만나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으로 인식된다. 한 예로 오랜 시간 학교에서 노력했던 결실인 졸업장을 받아 든 순간, 내 안에 잠재된 학창 시절 경험의 상태와 만나 특정한 기억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기억은 의식하는 순간 현실화되어 시간적, 공간적인 위치를 갖게 되며 하나의 기호로써 작용한다. 현실화되는 기억이 갖는 위계를 기호적으로 생각해보면 경험의 상태인 순수기억은 의미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기호가 기표와 기의로 구성되기에 기호의 표시인 기표는 현재의 시‧공간에 투영된 감각적 형태(눈으로 보이는 형태, 만지며 느끼는 질감, 들리는 소리 등) 들일 것이다. 반면 기의는 앞에서 언급한 순수기억, 즉 기표가 부재한 과거 경험의 상태들로 무의식에 자리한 수많은 작용 들일 것이다.

기억이 잠재된 경험의 상태와 현실화되는 순간 사이에서 부유하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것은 현재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만나게 된 어떤 사물이나 상황으로 인해 기억은 과거 경험의 상태에서 떠올라 순간의 이미지로 뛰쳐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억에 내재된 현재의 부재는 현재가 없음이 아닌 현재를 기다리는 의미로 전환된다. 이렇게 기억에게 있어서 현재는 없는 자리가 아닌 비어있는 자리가 된다. 그리고 현재가 채워지는 순간 기억은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주기에 비어있는 것들은 채워짐을 상상한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빈자리는 암울한 부재가 아닌 희망의 기다림이 된다.

<빈자리>는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특정한 기억으로 떠오르는 각자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다. 나에게서 출발하여 너, 우리로 이어지는 부유하는 경험의 상태들은 여러 관객들과 만나면서 개인의 경험에 대한 다양한 기억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재가 아닌 기다림으로써의 빈자리를 관객과 함께한다.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들도 어쩌면 이런 간절한 기다림 일지 모르겠다. 너무도 당연한 일상과 만남들이 간절한 기다림으로 다가오는 지점은 과거의 평범한 경험들이 기억되는 일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채워져야 할 현재의 빈자리라면 우리는 소중한 빈자리를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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